드뷔시의 백일몽과 전주곡 1권의 프렐류드는 더운 와중 당신의 볼 끝을 스치는 상쾌한 바람처럼 위안이 되어 줄 것이다. 멘델스존의 무언가 중 베네치아 인의 뱃놀이는 고흐의 야경처럼 멀미가 날 정도로 수없이 많은 별들이 물가에 떠 있을 때, 그 곳을 소리없이 가로질러 가면서ㅡ별과 당신을 안고 저 깊은 곳까지 파동을 불러 일으키는 감상으로 힘든 당신의 곁에서 말없이 노래를 불러줄 것이다. 어느 누구나 귀에 익은 베토벤의 월광과 비창은 그 익숙함으로, 익숙해도 매번 들을 때마다 선사해 주는 큰 감동으로 힘든 우리의 육신을 다독인다. 사티의 짐노페디와 그노시엔느는 아름답고도 향수 어린 음색으로 덥고 추운 와중에 우리가 무심코 지나쳤던 기억들을 다시 한번 떠올리게 한다. 필드의 야상곡은 깨끗하고 맑은 음색으로 말없이 당신의 이불을 덮어주고, 음색의 부채로 시원한 감성을 부쳐줄 것이다. 수많은 악기들이 함께 목소리를 내는 협주곡도 좋겠지마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위엄이 아니라 부담스럽지 않으면서도 담백한, 우리 개개인과 같이 연약한 피아노의 음색이다.